[발행인 칼럼] 체납세금과의 전쟁 (上)

2022년 03월 31일
Eranos

국세청은 2006년도부터 고액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국민의 참여를 통한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은닉재산 신고시 최대 30억 원을 지급한다. 이렇듯 세무당국은 세금 안 내려는 사람들의 재산추적을 물샐틈없이 하고 있다. 납세신뢰를 바탕으로 납세순응하는 성숙한 사회가 오는 그 날까지 세금 안내려는 탈세자와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전쟁의 결과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정리보류 금액이 153조이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총이나 칼, 주먹으로 조세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안내는 것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이정도 규모이면 과연 누가 승자일까?

체납처분 현장, 그 집행의 살벌함!

이 글은 필자가 국세청 근무 당시 직접 체납처분업무를 하면서 경험했던 일이다. 국세공무원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체납정리업무이다. 그래서 필자는 글을 남겨서 동료들이 하는 업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체납정리백과’라는 이름의 책을 지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징수업무는 never ending story 이다.

체납처분 현장은 한마디로 공포스럽다. 국민의 재산권과 직접 부딪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항이 심하다. 심지어는 체납자가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선 세무서에 있는 국세공무원들은 현장에 나가서 체납처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마 압류봉표를 사용해 본 직원을 찾는다면 2만여 명의 국세청 직원 중에 몇 명도 안 될 것이다. 지방세의 경우는 38 세금징수과에서 체납처분 활동을 하면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 당시 필자가 직접 체납처분 현장에서 겪은 실화를 살펴보겠다.

일반적으로 압류딱지라고 불리는 압류봉표로 기계장치를 압류했다. 계속사업자인지라 회사 직원들 눈도 있고 하여 배려하는 마음으로 압류봉표를 잘 안 보이는 곳에 붙었다. 그리고 공매를 했는데 5회까지 유찰되었다.

▲국세 강제징수에 따른 압류동산에 부착하는 양식
▲국세 강제징수에 따른 압류동산에 부착하는 양식

그런데 체납자는 전혀 납부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1달 뒤 체납 독려차로 전화했더니 체납자는 노름빚을 몇 억 지고 야반도주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물어물어 새로 인수한 사장을 만났는데 자기는 돈 줄 것 다 주고 기계장치를 샀다면서 자기를 개입시키지 말라고 한다.

나는 외쳤다. “아니, 국가에서 압류한 재산을 누구 마음대로 사고판다는 말입니까?” 그랬더니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하는 겁니까? 압류딱지 붙어있는 것도 안 보이잖아요” 사업장을 새로 인수한 사업자는 항변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저기 붙어있는 압류봉표를 보세요. 그 증거가 있지 않습니까?” 필자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사진도 찍어놓고 압류봉표도 붙여놓았었다. 문제는 압류봉표가 시꺼먼 기름에 젖어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압류봉표는 잘 보이는 곳에 붙이는 게 맞다. 지금처럼 선의의 제3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쨌든 필자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압류한 기계장치가 공매진행 중이므로. 매수자에게 계약서를 보자고 하였다. 계약서를 보니 아직 잔금이 남아있다. 그래서 즉시 잔금에 대한 채권 압류를 하고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하여 계속 현금납부를 독려하였다.

잔금을 압류하면 기계장치를 매수한 인수자는 체납자에게 잔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무서에 내면 되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는 없다. 그런데 체납자와 매수자가 전혀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잔금날짜가 지났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더욱 더 강도 높은 조치를 할 수 밖에.

비장한 각오로 날을 잡아 그 사업장으로 갔다. 사업을 인수한 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 이야기가 지금 사장님은 병원에 가시는 중이라 한다. 부인의 출산준비 때문에.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긴 터라 어떠한 핑계라도 허용할 수 없었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체납처분조치가 어떠한 것인지를 분명히 가르쳐 줘야만 정리가 될 거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근처에 있는 지게차를 동원하여 시쳇말로 “돌격 앞으로”를 하였다. 이렇게 체납처분절차를 집행하고 있는 찰나에 그 사장이 막 뛰어오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그 사장에게 연락을 수차례 한 것이다. 직원들이 수십 명인데 자기들의 생계문제와도 직결되는 긴박한 상황인 것이다.

그 사장은 들어오자마자 쇠파이프를 잡고 휘두르는 시늉을 하고 나의 허리띠를 잡는 것이었다. 순간 필자는 ‘아! 이것 뭐지? 쇼를 하는 건가?’ 나도 쇼 너도 쇼. 이것은 어디까지나 체납징수를 하고자는 것이지 결코 폭력으로 해결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폭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함처럼 그 뒤 기계장치에 대한 잔금을 다 받아 체납액에 충당하였다. 그리고 기계장치는 공매중지하고 잔금으로도 모자란 부족분은 결손처분(현재는 정리보류)하였다.

 

체납세금과의 전쟁 (下)는 다음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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